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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 감상문/

수확자

·409 자

영생을 살게 된 인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첫인상 #

같은 팀원 탄토의 추천으로 수확자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설정이 매우 신선하다. 제목만 들어보면, 농경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룰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 책의 배경은 미래의 초지능 AI가 인간 행정부 전체를 대체해버린 어찌보면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줄거리 #

예상과 달리, 초지능 AI가 나왔다고 해서 기계에게 지배받는 암울한 세상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인류는 번영을 이루고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되었다. 환경, 정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AI(책에서는 선더헤드라고 부름)는 뛰어났고, 모든 부분에서 정복했다. 모든 사람이 영생을 살고, 모두가 일하지 않고 풍족하게 사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소프트웨어에게 양보할 수 없었던 한 가지는 인간이 죽거나 죽일 권리였다. 영생을 살면서, 인구 증가 문제는 일어났지만 선더헤드에게 인간을 죽이는 역할까지는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인간을 생을 거두는 수확자들이 탄생했다. 수확자들의 기본 요건 중 한 가지는 그 누구보다 수확자가 되기를 싫어하고, 인간을 거두는 일에 대해서 가장 큰 죄책감을 느껴야했다. 가장 높은 단계의 도덕적/윤리적 잣대를 요구했던 것이다.

느낀 점 #

수확자라는 설정,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수확자 수습생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오는 갈등 및 에피소드도 재밌었다. 그리고 스토리가 뻔하지 않고 뒤로 갈수록 반전도 여러 번 있어서 굉장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그런 반전들도 갑작스럽지 않고, 줄거리 앞에 주어졌던 정보나 복선 등을 활용했던 점도 훌륭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 주제는, 우리 인간이 무한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책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사망 시대라고 일컫는다.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시대. 그리고, 책에 있는 등장인물들은 사망 시대의 살인, 전쟁, 질병과 같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수많은 감정 또한 말이다.

우리는 가끔 유한한 삶을 살지만,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낭만적인 문장을 믿는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영원을 살게 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생기게 된다. 책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랑 또한 유한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수확자들이 오지 않는 이상 본인 스스로가 사랑보다 더 오래 남아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선더헤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만화에서는 주인공이나 캐릭터가 크게 다쳐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다시 나아서 우리 앞에 멀쩡히 나타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시대에서는 인간의 일상들이 모두 만화가 되었다.

선더헤드가 모든 분야를 완전히 정복하면서, 모든 직업은 의미가 없어지고, 모든 연구 또는 학문도 자기만족 이외에 효용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선더헤드는 인간에게 일말의 목표의식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게 하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원하는 게 있다면 아무 대가 없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강렬하게 무엇을 원하는 법 없이, 목표를 잃은 채 침체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흔한 만화 대사처럼, “모든 것이 영원하다고 아름답지 않다” 혹은 “끝이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는 것 아닐까?

정재홍
글쓴이
정재홍
현재 채널톡 DevOps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으며, 취미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